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도량을 비추는 금빛 햇살은 유난히 따사롭습니다.
화려함을 자랑하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쌓이고, 잠시머무를 뿐 다시 지나가는 무상한 세월 앞에 몸도 마음도 분주해집니다.
삶의 무게가 힘겨워질수록 함께 마음을 나누고 본래의 마음으로돌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할 시기입니다.
임인년 한 해를보내면서 흥천사 가족들과 같이 기도하고 불사하며, 정진할 수 있었던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며,
모든 공덕이 불자님들께 부처님 가피로회향되기를 축원드렸습니다.
사실 어느 한 순간도 방일한 시간이 없었겠지만, 질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불자님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도량 방생법회, 미륵부처님 점안식, 괘불재와 봉축행사에 온 정성과 땀과 눈물을 내어주신 보살님들,
무량수전 후불탱화 점안식, 백중 49일 영가천도기도, 산신재와독성기도에 여법하게 법단을 장엄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신 자원봉사자들과 우리 불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흥천사 가족여러분.
『불설패경』에 “친구에는 네 가지가 있다. 꽃과 같은 친구, 저울과 같은 친구, 산과 같은 친구,
땅과 같은 친구이니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꽃이 예쁠 때는 가까이 하다가 시들면 내버리고, 부귀를 누릴 때는 친구였다가 내가 가난해지면 버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내가 주는 것이 있으면 가까이 오고, 주는 것이 없으면 멀어지는 친구가 저울 같은친구입니다.
그리고 뭇 생명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산과 같은 친구, 온갖 곡식을 내어 주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한 땅과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친구를 두고 있는지 되돌아 봅시다. 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어떠한 친구였는지 성찰해 봅시다.
스스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고,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언제나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흐르는 시간에 시작과 끝을 정해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재충전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가진 지혜가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지혜를 통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불자다운 꿈을 피워봅시다. 그리하여 지난해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둠을 뚫고 밝고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처럼 계묘년 새 아침에 큰 서원 세우고힘껏 정진합시다.
밝은 겨울햇살 가슴에 담고 더욱 큰 마음으로, 더욱 빈 마음으로 흥천사 법당에서 반갑게 다시 뵙길 기다리겠습니다.
주지 각밀 합장